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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노인복지 이슈광장] 노인장기요양기관의 부당청구 환수는 상식적인가? <4>

시설의 부당청구로 지적되어 환수를 당한 사례 중 부정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도모한 시설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와 환수가 이루어져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설에 대한 부당청구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성장과 부당청구

우리나라는 점점 늘어나는 노인의 돌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사회보험으로 도입하였다. 국민의 입장에서 노인돌봄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노인장기요양기관일 것이다.

장기요양기관 노인요양시설(이하, ‘시설’)은 2008년도에 8,444개에서 2022년 말까지 27,484개로 증가하였으며,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이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국민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정성배 교수, 조선대>

시설은 서비스 제공 및 수가(受價) 청구 등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지도와 감독을 받고 있다. 이는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가 청구를 부당하게 하거나 인력배치기준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데 대해 이미 지급한 수가를 환수하거나 지급할 수가를 전산상계(電算相計)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일명 ‘나이롱환자’를 과대진료하거나, 진료하지 않고도 진료한 것처럼 허위로 수가를 청구하는 부당진료의 사례와 같은 의미다. 이렇듯 부당청구에 대한 확인 절차는 국민의 혈세와 같은 건강보험료가 낭비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바람직한 감독행위이다.

시설의 부당청구로 지적되어 환수를 당한 사례 중 부정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도모한 시설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와 환수가 이루어져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설에 대한 부당청구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다.

물론 부당청구라는 중대한 사안은 법률을 가장 우선 적용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적용하는 방법에 있어 법률․시행령․시행규칙이 아닌 최하위법규인 '고시(考示)'와 '세부기준' 등 지침 수준의 규정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인지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당청구로 인해 환수라는 강력한 조치는 부정적 낙인도 따르기 때문에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시설에 대한 환수 사례

2022년말 현재, 최근 5년간 시설의 환수 내용을 보면, 2018년에 2건(1.53억원)이던 것이 5년 만에 1,000배 이상 증가한 2,010건이며 그에 따른 환수액도 219.39억으로 140배 이상 급증했다.

환수 대상 유형으로는 인력배치 위반에 관한 급식위탁 환수, 세탁물위탁 환수, 겸직 시설장 연차 환수, 종사자 선연차 사용 환수와 같이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환수 유형별 사례를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주요 내역별 장기요양시설 환수 실적 >

연도급식 위탁세탁물 위탁겸직시설장 연차종사자 선연차합계
(단위: 백만원, 건)
건수금액건수금액건수금액건수금액건수금액
2018
14114900002153
2019989137820000121,673
1037927600000121,139
2020
12913115,349001,9047,4441,92713,706
2021
564,78495,9895703,2661,3757,9002,01021,939
2022
886,9712613,0295703,2663,27915,3443,96338,610
합계
주) 환수건수는 환수한 장기요양 기관의 수를 의미함
  • 급식위탁 환수

'급식위탁'은 시설에서 급식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시설에서는 영양사와 조리원을 두어 급식을 담당하였으나, 조리원이 연차를 사용할 경우 급식업무를 다른 직종 인력이 참여하는 것은 부당청구에 해당된다.

조리원의 급한 연차나 병가가 발생할 때마다 조리사 자격이 있는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상당수 시설은 급식위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제시된 종사자 연차 사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설 이용 노인은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환자로 미음, 경관식(經管食), 특별한 음식 등을 제공해야 할 경우가 많다. 또한,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정해진 식사 시간이 아닐 때도 급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급식위탁 시설은 다른 직종 인력이 급식과 관련한 행위를 하면 인력배치기준 위반이다.

급식업체가 이용 노인에게 모든 급식을 다 맞추어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설 직원은 밥솥 스위치를 누르거나, 소량의 음식 조리와 관련된 행위가 발생하면 부당청구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시설이 부당청구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가족과 같은 시설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여려워 보인다.

급식위탁 관련 부당청구 기준이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부당청구 이유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88개 시설의 69억7,100만원(평균 7,900만원)이 환수되었다.

급식위탁 환수사례
천주교단 소속의 A요양원과 전주의 B요양원은 위탁업체가 공급한 밥이 식은 것이 안타까워 “어르신들께 따뜻한 밥을 드려야겠다!”는 미음으로 전기밥솥 밥을 지어 식사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환수 결정
  • 세탁위탁 환수

세탁물위탁은 세탁물을 외부전문업체에 맡겨 세탁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급식업무가 영양사, 조리원과 관계가 깊다면, 세탁업무는 위생원의 전담업무 영역이다. 위생원 역시 연차가 발생하면 그 때마다 대체 인력을 두거나 대규모 시설의 세탁업무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세탁물위탁을 채택한 시설은 종사자 그 누구도 세탁에 참여하면 부당청구로 본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시설 이용 노인의 경우 급한 세탁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속옷과 돌봄에 필요한 세탁물은 시급함이 요구되거나, 모든 세탁물을 세탁업체에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시설종사자가 이용 노인의 돌봄을 위해 급한 세탁물을 행구거나, 본인 세탁에 대해 민감한 노인의 속옷 등과 같은 세탁을 도와주는 행위처럼 그 어떤 세탁 행위가 있었다면 부당청구로 판단한다. 또한, 부당청구 행위를 한 두번으로 보지 않고, 몇 년치를 통합하여 부당청구로 환수한다.

물론, 거짓으로 세탁물위탁을 한 것처럼 꾸미고, 몰래 직원들의 정기적인 세탁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위반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용 노인의 시급한 세탁 상황에 도움을 주는 것이 부당청구로 보는 것이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국민신문고’ 질의에 대한 답신에 “세탁물 전량위탁을 했더라도 입소 어르신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의 속옷 등 소량세탁은 무방하다”는 보건복지부의 해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청구로 환수가 결정되었다. 세탁위탁 관련 환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6개 시설에 13억 29만원이 환수되었다.

세탁위탁 환수사례
전남의 C시설에서는 자기 옷가지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것을 극도로 꺼린 입소 어르신의 속옷 등에 대한 세탁 도움을 제공하여 환수 결정, 강릉의 D요양원도 입소 어르신의 속옷 등을 세탁기로 돌린 사례 발견으로 23억원의 환수 통보에 행정소송 진행 중
  • 겸직 시설장 연차 사용

시설장이 대표이사 등을 겸직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2019년까지는 연차 사용 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사각지대로 보이는 노동행위가 인정되어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연간 5일의 연차 사용’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근로기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단 하루의 연차도 없는 비 인간적 제도를 개정했던 규정은 오히려 개정 전인 2020년 이전에 연차를 사용한 겸직 시설장에 대한 부당청구의 근거가 되어 겸직 시설장 연차 사용내역 조사를 거쳐 환수가 결정되었다.

'신법 우선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았고, 너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 사례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2022년 한해 570개 시설에 적용된 겸직 시설장 연차 사용에 대한 환수 금액은 32억 6,600백만원 이었다.

< 겸직 시설장에 대한 연차허용 규정 연혁 >
겸직 시설장 연차 사용 환수사례
2022년 한 해 동안 570개 시설의 겸직 시설장 연차에 대한 환수 결정. 2022년 한해 겸직 시설장 연차 사용 환수 금액은 32억6,600백만원으로 시설 당 평균 600만원 수준
  • 종사자 선연차 사용

근로기준법상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종사자의 휴가는 1개월 개근 시 1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에 대해 협의하여 미리 연차를 사용한 것에 대해 ‘월 기준 근무시간’ 위반으로 환수하는 것이 ‘종사자 선연차 사용 환수’이다.

한편, ‘월 근무시간’ 위반과 관련하여 시설 종사자의 교육, 연수, 협회, 회의 등에 참여 할 경우에도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개인 연차를 사용는 경우가 많다.

종사자 선연차도 ‘월 기준 근무시간’과 관련이 크다. 시설의 신규 종사자 입사 시 입사 첫달에 불가피한 사유로 선연차를 협의하는 경우가 있다. 종사자와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시설 현장에서는 종사자 개개인의 특별한 사유로 종사자 선연차를 재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득이한 경우 선연차를 사용하였더라도 실제로 휴가가 발생하는 날까지 계속 근무하였고, 근로기준법상 취지도 반하지 않아 탄력적으로 운영하더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시의 ‘월 근무시간’ 규정으로 인해 부당청구에 해당되어 환수가 결정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종사자 선연차 위반 환수금액 153억 4,400만원 이었는데, 이 금액을 모두 환수한 후에야 3일의 선 연차 사용 기간은 인정하였다.

종사자 선연차 사용 환수사례
2021년과 2022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3,279개 시설에 모두 153억 4,400여만원 환수. 시설별로는 3, 4천만원대의 환수를 당한 시설도 많음. 부산의 F요양원은 환수조치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성공과 부당청구의 억울함이 없는 개선을 위한 제언

첫째, 징벌보다는 예방정책이 요구된다.

가장 직접적인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는 매일 반복되는 서비스에 있어 더 인간적이고 전문적인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력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시설 종사자는 매년 바뀌는 법률, 시행규칙, 고시를 비롯한 세부기준 등을 전부 숙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법과 규정에서 제시한 문구와 온정주의 복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부당청구 가능성이 있거나 다수의 부당청구가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강화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자료 배포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또한, 의도적인 위반이 강하고 죄질이 무거운 사안에는 강력한 징벌대책이 필요하나, 사안이 가벼운 위반에 대해서는 1회의 경고를 거쳐 주의(主意)를 환기시켰음에도 같은 위반이 반복될 경우 무거운 가중 처벌이 적용되는 ’2아웃 제도‘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부당청구로 인한 환수정책에 있어 교육과 홍보를 대폭 확대하여 전반적인 예방정책 강화를 제언한다.

둘째, 탄력적 인력운용정책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부당청구 사례 중 급식과 세탁의 위탁 관련을 보면 종사자의 ’인력배치기준‘과 관련이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설의 인력에서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이 서로 업무를 탄력적으로 호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의무 ’인력배치기준‘이 전부 채용되거나 관련 위탁업체가 존재한다면 요양보호사, 위생원, 조리원은 최소한의 영역에서 업무의 호환성을 가져도 이용 노인의 돌봄과 생활 영역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시설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돌봄 노인이 원하는 식사와 간식 제공과 같은 탄력적 급식서비스 제공이 인권을 존중하는 진보적인 복지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세탁에 있어서도 시설 종사자의 노인 돌봄을 위한 탄력적 운용으로 제공되는 최소한의 위생서비스 역시 돌봄 노인의 인권적 측면을 생각하면, 위반이라기보다 오히려 노인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으로 판단한다.

한편, 노인장기요양시설의 특성상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이용인의 선택을 받게 되는 자율경쟁을 고려한다면, 각 시설에선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이 더 관건이기 때문에 근무시간규정과 같은 과도한 규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에서 적용된 ’인력배치기준‘만 갖춰진다면 그 인력에 대한 운용은 각 시설의 자율성이 인정되는 탄력적 인력운용정책이 서둘러 검토되길 제언한다.

셋째, 장기요양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시설들을 대상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과도한 규제와 억압적 분위기에서 이들 종사자의 높은 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도 빨간불이 나타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설과 종사자를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보거나 혐오감을 갖는 집단으로 보지 않았기를 바라고,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분위기는 더 더욱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시설종사자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일선에서 가장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한 파트너라는 인식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2023년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 15주년을 맞아 이제는 시설의 양적인 인프라 구축을 벗어나 질적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노인 증가라는 불변의 상황에서 우리 각자의 개인과 가정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노인을 잘 돌봐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설종사자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를 높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노후대책일 것임을 확신한다.

[월간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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