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1959년까지는 ‘노인복지시설의 암흑기’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발발 이전에 몇몇 뜻있는 자선사업가와 종교단체에 의해 설립된 성가요양원, 청운양로원, 감천장, 동래양로원, 상애원 등을 대표로 한 노인복지시설이 있었지만 그 숫자는 전국 20여 개소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미미하였다.
한국양로사업협회 출범 이후로도 이러한 추이는 계속되었다.
이는 당시 이승만정부가 전후 원조경제의 재원배분에 있어 복구사업과 경제 재건에 치중한 산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복지정책에 있어서도 10만명에 이르는 전쟁고아를 위한 아동복지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린 탓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디지만, 양로시설·요양시설 등 노인복지시설이 해마다 한두 개소씩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196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시련기’라고 할 수 있다.
4·19와 5·16 등을 거치며 정치·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박정희 정권 출범 초기인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부터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한 모든 사회·노동단체를 해체하는 등 그 활동을 규제했기 때문에 이 시기 노인복지시설의 신설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경제부흥이란 국가 목표 아래 모든 국민의 역량이 결집되길 요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각종 복지정책과 입법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선언적인 내용이 많았다.
양로시설·요양시설 등 신설 노인복지시설은 이일성로원, 화성양로원, 진주프란치스꼬의 집, 복음양로원 등 전국 6개소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다시 말하면, 1년에 단 한개소도 개설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197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정체기’라 할 수 있다.
세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지만, 유신체제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과 사회 분위기로 인하여 노인복지시설의 신설이 거의 없었던 시기이다.
노인복지정책도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에 그쳤기 때문에 실제적인 수혜자는 미미한 실정이었다.
지속적인 경제부흥이란 국가적 명분 아래 각종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였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 여건에서도 수는 적지만 노인복지에 뜻을 둔 자선사업가와 종교단체는 있었다.
이 시기에 개설된 노인복지 회원시설은 영락양로원, 대구 성로원, 인천 영락원, 울산 양로원 등 단 7개소에 불과하였다.
1980년대는 ‘노인복지시설 발전을 위한 일대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정권의 연장인 제5공화국 전두환정부에서 숙원이었던 「노인복지법」의 제정과 ‘노인헌장’의 선포로 노인복지시설의 신설이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은퇴생활자의 노후 생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법」이 제정되고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됨으로써,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의 형태도 종래 양로원을 중심으로 한 주거복지에서 요양·의료·여가·재가복지 등으로 급속한 분화가 이루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이 시기 신설된 노인복지 회원시설로는 홍파양로원, 성이시돌요양원, 함평성애양로원, 혜명양로원, 금매복지원, 시립 수락양로원 등 전국 40여 개소에 이른다.
199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노태우정부에 이은 김영삼 문민정부의 등장으로 정치·사회의 민주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욕구도 크게 높아졌다.
이 시기는 「노인복지법」의 전문 개정과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사회복지시설의 신규 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노인복지시설의 신설이 봇물 터지듯 이루어졌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의 제정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노인과 빈곤층도 어렵지 않게 병원을 찾는 등 의료 문턱이 낮아졌고 국민 평균수명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 신설된 노인복지 회원시설로는 벧엘타운, 황전양로원, 창원 성심양로원, 원광상록원, 다비다노인요양원 등 전국 110여 개소에 이르면서 협회 조직이 비약적으로 확장되었다.
200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국민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가 이어지면서 노인복지 등 사회복지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1960년대 이후 유지되어 온 ‘발전주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으로 전환되면서 협회의 회원시설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부는 각종 노인친화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이 시기 신설된 노인복지 회원시설은 복지마을요양원, 에덴노인요양원, 보은의 집, 햇빛마을, 예가노인전문요양원, 실버랜드, 광림사랑의집 치매센터, 정화노인요양원, 행복의 집, 신흥신망애복지원, 낙산요양원, 고향의 집, 의령요양원, 샘골 보은의 집, 천혜경로원, 계양노인요양원, 오봉산 무지개마을, 에버그린실버하우스, 단양노인전문요양원, 베데스다소망요양원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540여 개소에 이른다.
거의 일주일에 한두 개소씩 다양한 형태의 노인복지시설이 신규 설치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201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제2 도약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 때 각종 복지예산의 삭감으로 노인복지에 관한 관심이 퇴조하는 듯했으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인기초연금 지급 확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일부 강화 등 노인 친화적인 정책을 공약하고 그 일부를 시행하면서 전국 노인복지시설의 신규 설립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협회 명칭도 ‘한국노인복지중앙회’로 바꾸고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여 명실상부한 한국 노인복지시설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신규 회원 가입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0년대는 ‘노인복지시설의 혁신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였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이 시기에는 노인복지시설의 형태와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디지털 기술과 연계된 스마트 노인복지서비스가 확산되었다.
노인복지시설의 운영과 관리도 더욱 전문화되고, 노인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이 증진되었다.
2022년 5월 들어선 윤석열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나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돌봄 등과 관련된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집중화하는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노인돌봄과 관련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일컬어지는 커뮤니티 케어를 주요 노인복지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노인들의 돌봄 문제를 가족이나 시설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 노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김병준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김병준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