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요양 타임 - ① 연결의 과학
By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기획사업본부장
오늘 친구나 가족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하시면서 웃음꽃을 피우셨나요?
혹시 그 시간이 단순히 기분 좋게 보낸 지나간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그 순간이 여러분의 뇌와 노화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적 연결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추고,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결이 우리 몸에 미치는 신비한 힘
국내에서도 소개된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로버트 월딩거, 2023.10, 비즈니스북스)의 저자 로버트 월딩거(Robert Waldinger)는 1938년부터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세계 최장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로버트 월딩거는 86년동안 수백명의 동일한 사람들을 추적하며 그들의 삶의 질과 건강 상태를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명료했습니다. '사람들을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 장수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회적 연결'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가족, 친구, 낭만적인 파트너쉽, 직장동료, 운동친구, 동아리 회원, 지역사회와의 긍정적인 연결과 관계는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지 능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로버트 월딩거는 이미 맺은 연결 및 관계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연결을 만들기에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로버트 월딩거 교수는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매년, 매주, 매일, 매초마다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선택하거나 결정할때 따스한 관계, 따스한 연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더라도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힘들더라도 연결할 때 불일치하고 상처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며 다시 따스한 연결을 위해 하루 하루 노력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연구로는 과학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가 600여건의 논문 분석과 50여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건강한 나이 듦의 조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Growing Young, 마르타 자라스카, 2020.12, 어크로스)‘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는 당연히 채소, 과일, 비타민 등을 얼마나 먹었는지, 하루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르타 자라스카는 역설적으로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 슈퍼푸드, 영양제, 운동법보다도 덜 걱정하고, 가족,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절한 이웃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인 건강법, 장수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호주 모나시대학의 연구진은 70세 이상 호주인 9936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관찰 결과, 사이가 좋은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 노인들은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3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역학・지역사회보건저널, 영국의학저널, 2024.5월)
사회적 연결이 부족하면 생기는 일
전 미국 공중보건위생국장이었던 비벡 H. 머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국가 주치의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연결이 부족한 상황이 다른 질병보다 국민의 건강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저서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비벡 H.머시, 2020.7월, 한경비피)에서 외로움은 하루 15개 담배만큼 해롭다고 설명하면서 수년 동안 환자들을 돌보면서 목격했던 가장 흔한 질병은 심장병이나 당뇨가 아니라 외로움이었고, 기술 발달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연결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은 점점 더 퍼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비벡 H. 머시는 외로움, 사회적 고립은 만성 염증을 증가시키고, 다른 질병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작은 연결이라도 따스한 연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따스한 연결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여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신체적으로 치유효과를 가져옵니다.
2022년 티모시 엘반스 등이 연구한 ‘노인의 건강 결과에 미치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누적 효과 (Cumulative effect of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on health outcomes among older adults. Aging & Mental Health, 2022)에 따르면 외로움도 느끼는 어르신의 경우 그렇지 않은 어르신보다 더 자주 응급실을 방문했으며 의료비 지출도 높았음을 밝혀냈습니다.
전미은퇴자협회(AARP: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 소속 공공정책연구소의 연구에서도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약 67억 달러가량의 비용이 매년 추가적으로 진출된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의 치유를 위한 작은 실천
그렇다면 우리 일상에서 따스한 연결을 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가족들과 전화나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작은 모임에 참석하거나 산책하며 이웃과 짧게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요양 시설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도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노인요양시설 거주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요 요인에 관한 질적 연구(이은희, 2019.10월)‘에서는 물리적 환경 요인보다 친밀한 사회적 관계 및 교류가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양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계 및 교류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스한 사회적 연결이 보약이다.
우리는 기술 덕분에 사회적 연결이 없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연결과 연대는 단순히 감정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을 넘어서, 노화 속도를 늦추고, 치유 과정에서 놀라운 역할을 합니다.
과학적 연구들은 이러한 연결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숨겨진 보약"과 같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유지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연결은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서 건강과 장수의 핵심 요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기획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