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재호 과학평론가/교수신문
삶에 대한 대처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벤키 라마크리슈난.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그룹 리더이다.
올해 72세를 맞이한 라마크리슈난는 최근 국내 번역된 『우리는 왜 죽는가』(김영사)를 통해 세 가지를 강조한다.
바로 ‘열량 제한·운동·수면’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가 “인슐린 감수성, 근육량, 미토콘드리아 기능, 혈압, 스트레스, 치매 위험 등 무수한 노화 관련 인자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아직까지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항노화제보다 효과가 좋고, 돈 한 푼 들지 않으며, 부작용도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불멸성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문명을이끌어 온 가장 큰 동력이다.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한 네 가지 대처 전략을 소개했다.
①플랜 A: 영원히, 또는 최대한 오래 살려고 노력하는 것.
② 플랜B: 죽은 뒤에 육체가 다시태어나는 것.
③ 플랜 C:육체가 썩고 부활할 수 없더라도 우리의 정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으로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④ 플랜 D: 우리가 남긴 작품이나 기념물이나 생물학적 자손, 즉우리의 유산을 통해 계속 살아간다는생각.
공중보건의 개선으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지난 15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지난 10년 사이에 노화에 관한 30만 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노화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만 700곳이 넘으며, 투자액을 모두 더하면수백억 덜라에 이른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역사학과)가 강조한 대로, 인류의 마지막이자최대의 적은 ‘노화=수명 연장’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될 것이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연구
과학이 밝혀낸 노화란 “많은 부분이 우리 몸에서 단백질의생성과 파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좋은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인류는 왜 그렇게 영생을 원하는 것일까? 라마크리슈난는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라며 “진정한 영생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도 충분치 않다.
물론 영생 같은 것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설사 노화를 극복한다고 해도 우리는 사고와 전쟁과 바이러스 팬데믹과 환경 재앙에 의해 죽을 것이다. 그러니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편이 훨씬 현명하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것은어떨까?
라마크리슈난는 “뉴턴의 운동법칙이 로켓과 인공위성으로 현실화되는 데는 300년이 걸렸다”라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휴대폰에 장착된GPS 시스템에 응용되어 우리가 지도상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화에대한 과학적 연구는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인류가 그토록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화란 너무나 복잡한현상이므로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진화론적으로 보더라도, 죽음에 대한불안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난다.
저자는 “죽음에 이토록 집착하는 성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 같다”라며 “우리 종이이렇게 종말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우연히 뇌와 의식이 진화하고 언어가 발달해 두려움을 서로에게 전파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과학평론가/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