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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가 책임져야 할 우리 부모님의 미래

AI 기술이 고령화라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AI와 케어

나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두 가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AI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할 책임과, 곧 고령사회를 맞이할 우리 모두의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걱정이 그것이다.

인공지능협회는 지난해부터 국내 AI 기업들의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산업군을 분석해왔다.

그 과정에서 요양산업이 AI 기술의 혁신이 가장 절실한 분야임을 확인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노인분들의 존엄성 훼손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많은 요양시설에서 한 요양보호사가 돌봐야 하는 노인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별적인 케어보다는 최소한의 생존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장에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육체적 피로도는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도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호소한다.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결국 노인들에 대한 부실한 케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AI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AI기업들은 이미 24시간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AI 기반 맞춤형 케어 프로그램, 업무 자동화를 통한 요양보호사 지원, 감정 인식 기반 정서 케어 서비스 등 혁신적인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센서와 IoT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노인들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체크하여 응급 상황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자연어 처리와 음성 인식을 통한 대화형 AI 로봇은 정서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우울증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일부 요양시설에서 시범 적용된 AI 솔루션들은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낙상 사고 예방율이 향상되고,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자동화된 기록 시스템과 일정 관리 도구는 요양보호사들이 행정 업무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여주어, 노인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AI 감정인식 시스템을 통해 노인들의 표정과 음성을 분석하여 정서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

국내 AI 기업들에게는 현재 약 14.5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요양시장이 열린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어르신들은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될 때, 그 사회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기술과 제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민간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AI 요양 서비스 도입 인센티브 제도, 시범사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AI 요양 서비스 표준화 체계 구축, 공공-민간 협력 R&D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때이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서비스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18년부터 요양산업에 AI 기술 도입을 국가적 과제로 선정하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 결과 요양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다.

예를 들어, 로봇 기술을 활용한 이동 보조기기나 AI 기반 건강 관리 시스템 등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노인들의 자립성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요양시설에서 만난 많은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절박함을 실감했다. AI 기술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복지 수준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이며, 우리는 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AI 기술이 고령화라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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