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철학
푹푹찌는 초여름,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다비다의 집(원장, 윤진순)을 방문했다. 사회복지법인 천성원이 운영하는 여러 복지시설중 하나로서 1998년 11월에 개원하였고 대전에서는 제1호 노인장기요양시설이기도 하다.
윤진순 원장님의 첫인상은 온화하신 어머님 모습 그 자체였다. 20대부터 지금까지 복지현업에 종사하고 있으신게 그 첫인상의 해답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천성원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은 농아학교(대전원명학교)를 비롯 노숙인복지기관, 노인전문병원 등 14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1958년부터 버림받은 고아와 장애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한게 그 시초이다.
14개 기관이 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명실공히 지역복지 타운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윤진순 원장님은 천성원 이사장을 겸임하며 50년대부터 복지업무를 시작해 지금도 현업에 있으시니 대한민국 복지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지금까지도 오전-오후 라운딩(= 말벗 등 돌봄)하고 점심-저녁 배식까지, 같은 루틴으로 몇십년을 활동하고 계신다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원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전했다.
나의 첫질문은 자연스레 예전과 지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초수급자분들만이 입소가능한 시절에는 보호자의 자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보님을 케어해 주는 것 자체에 감사해 했던 시절입니다. 예를 들어 예나 지금이나 어르신의 고관절 골절사고가 제일 많습니다. 이 골절로 인해 돌아가시는 분이 많거든요. 그래도 어르신이나 보호자분 모두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면서 사용자의 자부담이 생긴이후 보호자분들의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치료비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청구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다시말해, 시설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어르신을 돈 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라고 윤진순 원장님은 토로했다.
법이나 정책적인 내용이 아닌 일상에서 발생하는 얘기이다. 곰곰히 곱씹어 볼 이야기이다.
시설 및 전경
지상 5층 건물로 1층 로비 및 사무실, 2층은 직원식당, 3층과 4층은 어르신 생활실, 5층은 물리치료실 등 간호시설로 넓직한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정원 141명 규모에 2024년 6월 현재 105명이 생활하고 계신다. 주로 치매 및 중증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농아학교도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 어르신이 산책하거나 운동하기도 좋다. 또한 바로 앞에는 노인전문병원도 있으니 한 곳에서 운동도 하시고 치료도 받을 수 있으니 요양시설로서는 최적의 장소이다.
다비다의 집 인터뷰 중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고 초창기부터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회용 기저귀는 피부에도 좋지않고 환경오염이 많아요.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초기부터 자체 세탁실을 두어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욕창방지 등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법인이 여러개이다 보니 공동으로 세탁실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사용중인 천 귀저귀 모습 >
< 세탁실 전경 >
제언 및 애로사항
마지막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에게 제언할 사항을 부탁드렸다.
"먼저, 기초수급권자분들의 경우 수급계좌를 보호자가 관리를 합니다. 정작 어르신에게 사용되어야 하는데 보호자 마음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설에서 생활하실 땐 시설에서, 집에서 생활하실 땐 집에서 관리하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두번째로 98년부터 시작했으니 시설을 지은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여러 부분이 소실되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직접 보강할 수 있는 부분은 했습니다만,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은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에 기능보강신청을 했습니다. 지금도 제도적으로 기능보강지원을 받고 있지만 조금더 디테일하게 개선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라고 제언했다.
기능보강 부분에 대해 본 기자가 한국노인복지중앙회에 의뢰한 바 지난 5월 정부에 제안해 놓은 상황이라고 답변을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든 생각은 우리나라 노인복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기대한 내가 부끄러웠다. 평생 현장에 계신 윤진순 원장님과 나눈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월간요양 이창길 기자, jjangkil@yoyangstory.kr]